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공약 중 경찰관 2만명 증원을 약속하면서 당분간 순경 공채 인원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4600명이었던 순경 공채는 내년에는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경찰이 될 수 있는 문호가 넓어지면서 지망생들의 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당장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에는 경찰공무원 시험 수험생들을 위한 기숙학원까지 생겼다.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 공부하고 있는 기숙학원의 풍경은 어떨까. 전국 최초로 기숙학원을 운영 중인 ‘김재규 경찰학원’은 엄격한 사생활 통제로 수험생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현재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인원은 총 150여명. 이 중 여학생은 20명 정도다.
지난 10월 28일에도 이들의 일상은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오전 8시가 되자 수험생들이 건물 외부에 있는 식당으로 향한다. 수험생들은 보통 6시에 기상해서 간단한 자습 후 아침식사를 한다. 이들이 기숙학원생이라는 것은 복장에서 이미 느낄 수 있다. 대부분 트레이닝복에 슬리퍼 차림. 아침 6시에 기상해서 밤 10시30분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에 최적화된 의상이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전 9시부터는 강의가 시작됐다. 식사시간은 1시간이었지만 대부분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일찌감치 강의실로 가서 자습을 했다. 오는 순서대로 자리에 앉는 일반적인 학원과 달리 모두 자신의 자리가 정해져 있었다. 대부분의 책상에는 두꺼운 책들과 파일이 세워져 있었지만, 자신만의 공간임을 알 수 있는 특징적인 물건들도 눈에 띄었다. 화장품이 있는 책상들은 대부분 여성 수험생의 책상. 몇몇 책상에는 ‘스톱워치’도 있었다. 수험생들의 연령대는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다양하다.
오전 강의는 세 시간에 걸친 경찰학 개론.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이 이어지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았는데 겨우 한 시간이 지났고 10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생활지도교사인 조성렬 팀장은 “서로가 경쟁자이기 때문에 분위기가 다소 경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 시간에 걸친 ‘경찰학개론’ 강의가 끝나자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식사시간에 주로 나오는 이야기도 기숙사와 관련된 것들. 기숙사는 학원 근처에 위치한 건물의 네 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규율은 대학입시를 위한 재수학원보다 훨씬 더 엄격했다. 외박도 한 달에 한 번 주어지는데 매달 첫 번째 주말.
학생 권수정씨는 “외박은 한 달에 한 번 주어지는데 그게 다음 주다”라며 “한 달에 한 번뿐이기 때문에 ‘오아시스’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입소한 지 반나절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답답함이 밀려왔는데 벌써 몇 개월째 이 생활을 반복하는 수험생들은 어떤 느낌일까. 이미 사회생활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이런 기숙생활을 하면 오죽 답답할까라는 안타까움도 들었다.
오후 3시가 되자 학생들이 학원 1층에 있는 헬스장으로 간다. 경찰공무원 시험은 ‘필기 50, 체력 25, 인적성 20, 각종 가산점 5’로 이뤄지기 때문에 학원에서 체력에 대한 대비도 따로 하고 있는 것이다. 100m, 1000m 달리기와 악력,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가 체력 시험 항목이다.
옷을 갈아입고 커다란 거울 앞에 대열을 맞추어 섰다. 이미 익숙한 학생들은 조교의 구령에 맞춰 몸을 풀었고 점점 강도가 높아졌다. 모두 땀을 뻘뻘 흘리고 숨이 차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훈련에 임했다. 각자 운동하고 있는 학생들 사이사이로 조교가 돌아다니며 ‘조금 더!’를 외쳤다. 기자의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얼굴이 빨개졌다. 숨은 턱밑까지 차올랐다. 조교가 “온 게 후회되죠?”라고 물어 얼떨결에 “네”라고 대답해 버렸다.
저녁시간이 되자 집에 가고 싶어졌다. 어차피 남은 것은 자율학습과 취침인데 더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았다. 저녁시간 이후에는 면접 스터디 시간이다. 간식을 배당받은 뒤 밤 10시10분경에 기숙사로 들어왔다. 1인1실의 방은 무척 작았다. 그래도 화장실부터 침대, 책상, 옷장 등이 모두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고작 하루를 지냈는데도 녹초가 된 나는 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